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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편지] 한국의 진로

캐나다 사람들의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은 상당하다. 하지만 자부심에는 그늘도 있다. 캐나다는 북미의 스칸디나비아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민주주의적 가치와 복지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다. 낮은 인구 밀도와 더불어 자연 친화적 문화를 자랑하며, 노동자 권리가 잘 보호되는 건 물론 최저임금이 상당히 높다. 어떻게 보면 미국보다 진보적이고 살기 좋은 나라다. 하지만 문화적·경제적으로 미국에 크게 의존하면서 미국을 향한 동경과 질투, 열등감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품고 있기도 하다. 자국민에게 혜택과 특권이 돌아가는 보호주의적인 문화정책이 어느 정도 필요한 이유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수 노릇 한 지 10년이 되어가는 지금 “자랑스러워라! 캐나다 사람이여(Proud to be Canadian)”라는 슬로건의 부상을 목격하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맞서 캐나다인들의 반미정서가 애국심으로 집결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트럼프 1기 때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부과되자 자국 제품을 구매하자는 ‘메이드 인 캐나다(Made in Canada)’ 운동이 확산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은 캐나다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캐나다 전체 수출의 75%와 전체 수입의 50%를 차지한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의 어이없는 발언은 캐나다인들의 자주성과 경제적 독립 의지를 강화해 결속력을 다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심지어 독립을 주장해왔던 퀘벡에서조차 애국심이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의 미국 우월주의와 보호무역 정책, 무모한 언행은 전 세계적인 반미감정을 부추겨 미국은 더 이상 존경받지 못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미국 경제도 그의 뜻대로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세계사적 틈바구니에서 한국의 진로는 어때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한국 진로 캐나다 전체 캐나다 사람들 제품 불매운동

2025-02-10

[아메리카 편지] 캐나다에도 왕이 있다

지난 6일 전 세계가 처음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영국 왕의 대관식을 지켜보았다. 영화에서만 보던 으리으리한 예식 장면들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의미 깊은 이벤트로 다가왔을 것이다. 캐나다가 여전히 영국의 왕을 국가원수로 두고 있는 입헌군주국이기 때문이다. 1982년 ‘캐나다법’이 통과되면서 정치적으로는 완전한 독립국이 되었지만 명목상이라 해도 현 국가원수는 여전히 찰스 3세다.   캐나다가 군주국이라는 사실이 평시에는 실감 나지 않는다. 그런데 20달러 화폐를 장식하는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화가 이제 곧 찰스 3세로 바뀐다는 뉴스를 읽으면서 상징적인 전통의 힘이 새삼 느껴진다.     캐나다 사람들의 군주제 지지율은 3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21년 카리브해에 있는 영연방 국가 바베이도스가 군주제를 버리고 민주공화제로 전환한 뒤로 캐나다에서도 언제 군주제를 벗어버릴 것인지에 관한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행 헌법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21세기 최첨단 사회에서 군주제를 고집하고 왕족 세습을 기념하는 어마어마한 대관식을 국민의 세금으로 거행하는 일은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식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 먼 옛날 로마시대 황제 계승제도가 훨씬 더 현대적이라 볼 수도 있겠다.     로마제국의 황제 자리는 핏줄과 관계없이 입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리하여 스페인 출신인 트라야누스가 황제가 될 수 있었다. 하드리아누스는 죽으면서 다음 황제인 안토니누스 피우스를 입양했는데, 동시에 피우스에게 그다음 대 황제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루키우스 베루스를 입양하도록 명했다.     핏줄 관계로 이어받은 황제보다 입양으로 계승된 황제들이 대체로 더 어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혈통 하나만으로 대관식이 이어지는 21세기의 광경을 아름답게 쳐다봐야만 할까. 김승중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캐나다 캐나다 사람들 군주제 지지율 안토니누스 피우스

2023-05-19

[아메리카 편지] 캐나다에도 왕이 있다

지난 6일 전 세계가 처음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영국 왕의 대관식을 지켜보았다. 영화에서만 보던 으리으리한 예식 장면들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참으로 특별한 경험이었다. 캐나다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의미 깊은 이벤트로 다가왔을 것이다. 캐나다가 여전히 영국의 왕을 국가원수로 두고 있는 입헌군주국이기 때문이다. 1982년 ‘캐나다법’이 통과되면서 정치적으로는 완전한 독립국이 되었지만 명목상이라 해도 현 국가원수는 여전히 찰스 3세다.       캐나다가 군주국이라는 사실이 평시에는 실감 나지 않는다. 그런데 20달러 화폐를 장식하는 엘리자베스 2세의 초상화가 이제 곧 찰스 3세로 바뀐다는 뉴스를 읽으면서 상징적인 전통의 힘이 새삼 느껴진다. 캐나다 사람들의 군주제 지지율은 3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2021년 카리브해에 있는 영연방 국가 바베이도스가 군주제를 버리고 민주공화제로 전환한 뒤로 캐나다에서도 언제 군주제를 벗어버릴 것인지에 관한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현행 헌법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21세기 최첨단 사회에서 군주제를 고집하고 왕족 세습을 기념하는 어마어마한 대관식을 국민의 세금으로 거행하는 일은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식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그 먼 옛날 로마시대 황제 계승제도가 훨씬 더 현대적이라 볼 수도 있겠다. 로마제국의 황제 자리는 핏줄과 관계없이 입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리하여 스페인 출신인 트라야누스가 황제가 될 수 있었다. 하드리아누스는 죽으면서 다음 황제인 안토니누스 피우스를 입양했는데, 동시에 피우스에게 그다음 대 황제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루키우스 베루스를 입양하도록 명했다. 핏줄 관계로 이어받은 황제보다 입양으로 계승된 황제들이 대체로 더 어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혈통 하나만으로 대관식이 이어지는 21세기의 광경을 아름답게 쳐다봐야만 할까. 김승중 / 고고학자·토론토대 교수아메리카 편지 캐나다 캐나다 사람들 군주제 지지율 황제 자리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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